본문 바로가기

@ Library & Libro

[2013년 6월호] 디지털 치매

 

 

디지털 치매

 

가사를 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몇 곡이나 있으신가요? 집 전화와 본인 핸드폰 번호를 빼고 기억하는 전화번호는 몇 개나 되나요? 적어도 40대 이상 넘은 분들은 예전에 비해 그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게 꼭 나이먹어서 나타나는 증상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 디지털 치매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더군요. 대충 이름만 들어도 감이 잡히시지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점차 머리를 안쓰게 되니까 기억력도 떨어지고, 두뇌회전도 이전만 같지 않다는 겁니다.

 

태블릿 PC니 스마트폰이니 하는 디지털기기가 나오면서 우리 생활은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수 천개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않아도, 두꺼운 전화번호부 책을 뒤적거리지 않아도 됩니다. 모르는 길을 찾아가기 위해 지도를 펼쳐들고 지형지물과 건물 간판을 비교해 가며 진땀 흘리지 않아도 됩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선수의 신문 잡지 기사를 가위로 오려 스크랩하지 않아도 컴퓨터 앞에서 몇 초만에 수백 건의 기사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굳이 기억하고 보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어떤 책에서는 이런 현상을 기억의 아웃 소싱이라고까지 표현하더군요. 개인의 기억들을 본인의 뇌가 아닌 외부의 기억 저장소에 맡겨 놓는 것이지요. 편하고, 빠르고, 좋긴 한데 왠지 머리는 점점 장식품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무섭기도 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면서 지난 몇 년 사이에 현저히 굳어버린 두뇌를 훈련을 거쳐 얼마든지 새롭게 복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뇌는 경험과 행동에 반응해 끊임없이 변하며, 이러한 능력은 성인이 되더라도 여전히 유지된다고 합니다. 우리의 두뇌를 되살리는 여러 방법들이 있겠지만 돈 안들고 쉽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단연 책을 읽는 것입니다. 그냥 손에 들고만 다니더라도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시간을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남들 눈에 훨씬 고상하고 품격있어 보이는 효과는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치매로 더 나이 먹어 고생하기 전에 책으로 미리미리 예방해보시는 걸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