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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콜록콜록, 우리 아빠가 아프대요

콜록콜록, 우리 아빠가 아프대요

   

 

 

아빠가 감기 걸린 날 / 허윤 글, 이창준 그림. - 책먹는 아이.

2012. 5~7세 유아

 

 

 

모든 사람들이 어린 시절을 겪으면서 느껴 봤겠지만 나에게도 아빠는 최고의 영웅이자 슈퍼맨이었다. 당신이 식구 중 유일한 남자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단단하고 듬직해야 하며, ‘절대로 아프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빠는 아프고, 엄마는 외출 중이어서 집에 아이들만 남아 있다면?!

아빠가 감기에 걸린 날5~7세 유아에게 엄마가 없는 집에 아픈 아빠와 아이들이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표지에서는 두 아이가 낑낑대며 아빠 머리 위에 흠뻑 젖은 수건을 얹으려고 하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아빠는 뚝뚝 떨어지는 물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도대체 왜 엄마는 없는 걸까? 게다가 제목에는 감기라는 글씨만 빨갛고 찢어진 것 같은 자국을 내어 아빠가 많이 아플 거라는 느낌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야기는 엄마는 이모가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혁이, 준이 형제에게 아빠가 아프니까 조용히 있으라는 당부를 하며 외출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통제하는 이가 없는 집에 남겨진 형제에게는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 블록 상자를 와르르 쏟기도 하고, 종이상자에 색종이를 붙이고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등 말 그대로 난리 부르스를 치며 논다. 그렇지만 점점 더 커지는 아빠의 기침소리를 들은 혁이는 준이와 함께 자신들이 아팠을 때 엄마가 해줬던 걸 떠올리며, 아빠 다리를 주무르기도 하고, 어깨도 두드리기도 한다. 물수건을 만들기 위해 끙끙대기도 하고, 이불을 덮어 주겠다며 장롱에 있는 이불을 몽땅 꺼내기도 한다. 꿀물을 타 주기 위해 찬장에서 꿀을 꺼내려다가 꿀단지를 깨뜨리는 등 오히려 아픈 아빠를 깜짝 놀라게 한다. 그런 아빠에게 아이들이 꺼낸 말은 아빠 감기 낫게 해주려고. 으앙~’

마침내 집에 온 엄마. 세 남자는 엄마를 보자 눈물이 글썽인다. 각자 다른 의미로 눈물을 글썽인 것 같지만,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결말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주변 환경을 아이들을 기준으로 위에서 아래로, 바닥에서 위로, 안에서 밖으로 등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 둘째는 각 페이지마다 그림과 연결되는 단 한 마디씩 본문과 다른 글씨체, 굵기, 색깔 등을 사용함으로써 그 부분만 읽어도 어느 정도 줄거리 파악을 할 수 있게 의도한 점, 셋째는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하여 생동감을 느끼게 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이것들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얻는 큰 즐거움이며, 한참 다양한 표현을 배워야 하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족의 건강과 함께 엄마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동시에 깨닫게 되었다. ‘혁이, 준이가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놨지만, 아픈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예쁘고 반짝반짝 빛이 나니까 엄마도 화를 내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하남시나룰도서관 사서 김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