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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주면, 내가 좋아져요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주면, 내가 좋아져요

 

 

휠체어를 탄 사서/우메다 슌사쿠 글,그림/가와하라 마사미 원작/고대영 옮김/길벗어린이(2012)(추천 연령 : 초등저학년부터)

 

 

이재복은판타지 동화 세계에서 아이들은......귀가 먼저 뚫려야 한다(중략) 간혹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시큰둥하고 잘 들으려 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중략) 이런 저런 일로 부대끼며 살다보니까 아이들 가슴에도 여러 가지 아픔이 꽉 들어차 그만 세상으로부터 듣는 귀를 막아버리게 된다그래서 들려주는 것보다 들어주는 게 먼저다라고 말한다.

 

천덕꾸러기 삼총사 마사후미, 이치로, 겐타는 밭에 던진 돌멩이 때문에 매실을 훔친다고 오해받고, 성적 때문에 교실에서 놀림 받는다. ‘, 뭘 해도 재미없다는 세 아이는 도서관에 휠체어를 탄 사서가 새로 왔다는 소식에 호기심을 느낀다. 천덕꾸러기들이 막무가내로 책상에 들어오고 휠체어를 만지작거려도 가와하라 사서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네 살 때 소아마비로 작은 몸집에 휘어버린 손과 발을 가졌다. 그의 휜 손을 만지거나 손이 휜 이유를 대놓고 묻는 아이들의 모습이 당돌해보이지만 가와하라는 이것이 서툰 동정도 연민도 아닌 순수한 호기심임을 이해한다. 그가 천덕꾸러기 삼총사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기쁨을 느끼는 생기발랄한 아이들이 된다.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책을 전하고 가와하라 사서를 도우며 자신들이 가미사마(복을 비는 일본의 신)’라고 생각한다. 생기발랄 삼총사가 된 아이들은 뭔가 자기 자신이 좋아지는 것 같은기분을 느낀다.

 

'모르는척'을 통해 왕따 문제를 다루었던 우메다 슌사쿠는 휠체어를 타고 이십 오년 간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가와하라 사서의 실제 이야기로 자존감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는다.

가와하라 사서는 작가의 말에서 자존감을 잃은 어린이들이 점점 더 무서운 사건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란다. 가와하라 사서가 이십 오년 간 도서관에서 실제 겪은 실화여서 잔잔하지만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아픈 가슴을 지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 어른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러주는 책이다.

 

우메다 슌사쿠의 그림 이야기를 해야겠다.모르는 척에 비해 색도 선도 한결 부드러워진 그림은 천덕꾸러기 삼총사와 가와하라 사서의 모습을 더욱 정겹게 느끼게 한다. 충분한 여백과 생략, 역동적인 움직임은 서로를 치유해가는 가와하라 사서와 삼총사의 모습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 몇 개의 선만으로 풍부한 표정과 감정을 만들어내는 우메다 슌사쿠의 그림이 이야기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이수경(평택시립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