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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brary & Libro

[2013년 2월호] 사람냄새나는 "작은도서관"

 

사람냄새나는 "작은도서관"

 

 

 

주변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작은도서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조사한 숫자만 1,185개 이니 시군별로 약 40여개의 작은도서관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거기에 정식으로 등록안 된 도서관까지 다 합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것입니다. 모두다 작은도서관이란 간판을 달고 있지만 그 운영 주체나 성격, 규모가 천차만별이어서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건립하고 운영하는 도서관이 있는 반면에 완전히 지역 주민들이나 민간 기관에서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도서관도 있습니다. 조그만 방 하나가 전부인 도서관도 있고, 제법 큰 건물 한 층을 통으로 차지하고 있는 도서관도 있습니다. 단순히 대출반납 기능만 하는 도서관도 있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동아리 모임이 진행되는 도서관도 있습니다. 도서관마다 제각각 규모도 다르고 운영 방식도 다르지만 이들 도서관 모두 “작은도서관”이란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훨씬 많은 책과, 넓고 쾌적한 시설, 수준높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는 공립 공공도서관이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은도서관은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가며 차별화된 색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주의 산북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 서비스 거점으로 분관 기능을 수행하면서 지역주민들이 가진 서로의 재능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문화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고양에 있는 느티나무 온가족 도서관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동조합형태로 운영하면서 마을의 공동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을 매개로 서로 얼굴 맞대고 소통하고 부대끼는 과정 속에서 작은도서관의 모습이 만들어집니다. 지역이 다르고 만나는 사람들이 다르기 때문에 작은도서관은 100이면 100 각기 다른 개성들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도심 지역에 위치한 ‘큰’ 도서관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작은’ 도서관만의 강점이자 재미일 것입니다.

사람 사는 곳에는 이 것 저 것 필요한 것들을 몽땅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는 대형 마트도 필요하지만 언제든지 슬리퍼 끌고 두무 한 모 사러갈 수 있는 동네 구멍가게도 필요합니다. 구멍가게에서는 가끔 외상도 할 수 있고, 한가할 땐 눌러앉아 세상사는 이야기로 수다도 떨 수 있습니다. 작은도서관은 이렇게 우리들 생활 속에 사람냄새 맡을 수 있는 구멍가게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도서관을 개인이나 민간 단체에서 운영한다는 것은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큰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많은 것들을 희생해가며 헌신적으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