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호] 책의 매력
책의 매력
TV나 잡지에서 전문가들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면 유독 서재가 배경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인터뷰의 전문성과 권위를 뒷받침하는데 ‘책’만한 소품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렵고 두꺼운 책을 옆구리에 끼고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달리 보게 만듭니다. 집안에 잘 갖추어진 서가는 집주인의 인품과 교양 수준을 대변하는 훌륭한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책은 그 책이 담고 있는 내용과 별도로 ‘책’이라는 물리적 실체만으로도 어떤 매력을 발산하는 것 같습니다.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책’이 상징하는 가치, 즉 지식과 교양, 고귀함, 고상함 등의 개념들이 우리들의 인식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리 전자책이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종이책’이 갖고 있는 이러한 감성적인 매력을 따라올 수 없을 것입니다.
책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또 스스로 흐뭇해하는 성향은 예전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유교와 문치주의 기풍이 성했던 조선시대에는 책과 글을 통해 자신을 닦고 나라에 이바지 하는 선비들의 취향이 반영된 ‘책거리(冊巨里)’ 그림이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책거리(冊巨里)’는 책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물품을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 특히 정종은 궁중 화원들에게 ‘책가(冊架)’와 ‘책거리(冊巨里)’를 그리게 하였으며, 집무실인 창덕궁 선정전의 어좌 뒤에 오봉병 대신 책가도 병풍을 장식하고는 만족해했다는 일화가 『내각일력(內閣日曆)』과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에 전합니다. 책거리를 잘 그려 정종의 총애를 받았던 화가가 바로 단원 김홍도입니다.
경기도 박물관에서 6월 10일까지 “책거리 특별전-조선 선비의 서재에서 현대인의 서재로”을 전시합니다. 책의 매력에 푹 빠져든 옛 어른들의 시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의 ‘책거리’ 뿐만 아니라 팝아트와 사진, 조각, 설치미술 등 현대에 들어 다양하게 해석된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고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할 전시가 아닐까 합니다. 전시는 6월 10일까지 넉넉하게 진행되니 봄나들이를 겸하여 다녀와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표지 이미지는 경기도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장한종(張漢宗, 1768~1815)의 책가도(冊架文房圖) 병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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