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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brary & Libro

[2011년 12월호] " 겨울 독서"

 

 


 

겨울독서

지난 겨울이 유난히 늦게까지 이어진다 했더니 올해 계절은 한 박자씩 늦게 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예년같으면 진작에 첫눈이 내리고 서서히 크리스마스 기운이 감도는 시기일텐데 이글을 쓰고 있는 11월말 날씨는 여전히 가을의 문턱에 걸려 버둥대는 느낌입니다.

추운 날씨와 얼어붙은 빙판길은 반갑지 않지만 겨울은 다른 계절이 갖지 못한 분명한 매력을 갖고 있지요. 퇴근길 얼어붙은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따뜻한 어묵꼬치와 드럼통을 개조해 만든 오븐에서 갓 꺼낸 속살 노란 군고구마, 뜨거운 팥앙금에 입천장을 데어가며 먹는 찐빵은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맛있는 먹거리들입니다. 시즌 개장을 애타게 기다린 스키어들과 겨울 방학을 눈앞에 둔 어린 학생들에게도 더디게 오는 겨울은 유난히 야속할 것입니다.

의외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겨울은 유난히 독서에 어울리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보통 ‘독서의 계절’이란 수식어와 어울리는 계절은 ‘가을’이라고 하지만 사실 가을은 산과 들로 놀러 다니기 딱 좋은 계절이지요. 붉게 물든 단풍과, 높고 파란 하늘, 덥지도 춥지도 않은 상쾌한 공기를 제쳐두고 방구석에서 책에 집중하기란 쉽게 않습니다. 하지만 겨울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집안 따뜻한 아랫목을 가장 그리워하게 만드는 계절이지요. 이불 뒤집어 쓰고 한바구니 쌓아놓은 귤을 까먹으며, 이리 저리 뒹굴거리며 보고 싶은 있는 책을 보는 재미는 다른 어떤 즐거움과도 비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화책이면 더욱 좋겠지요. 아니면 좀 더 우아하게 창가에 앉아, 갓 내린 향기 좋은 커피한잔을 옆에 두고,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볼 수 도 있을 것입니다. 이때 문득 눈을 들어 창밖을 보았더니 눈이라도 내리면 진짜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되는 것이지요.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손 끝에 느껴지는 책장의 감촉, 오래된 종이의 미묘한 향기와 같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그 독특한 감성들도 유난히 겨울에는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런 것들이 ‘겨울 독서’가 갖고 있는 묘미가 아닐까요.

하여튼 이렇게 가을도 지나가고 올해의 마지막 달이 되었네요. 이미 이전 글들에서 말씀 드렸지만 올해는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이 1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조촐한 생일 잔치도 치뤘고, 지금 이 시간을 함께

살아 가는 사람들의 소중한 기억들을 디지털로 간직해 보고자 하는 취지로 “E-추억상자”라는 이름의 이벤트도 진행하였습니다. 여러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신 덕에 잘 마무리 되었고 그 내용들을 정리하여 이번호 특집 기사로 실어보았습니다. “E-추억상자” 웹사이트(http://10th.library.kr)도 여전히 운영되고 있으니 꼭 한번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