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남극을 위하여
안녕, 폴 / 센우 글, 그림. - 비룡소. 2014
정 은 영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
첫 장을 펴면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관심가질만 한 웅장한(?) 기지가 등장합니다. 남극기지입니다. 가보진 못했지만 텔레비전에서 본 장면을 떠올리면서 맘껏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림입니다. 남극기지 앞에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뭔가 고치는 것 같기도 하고, 연구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유시간을 누리는 사람도 보이네요. 조금은 차가워 보이는 이 남극기지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요리사와 펭귄의 만남으로 그림책은 시작합니다. 도시의 길고양이처럼 쓰레기통을 뒤지는 펭귄이라니..., 요리사 이언은 그 펭귄에게 ‘폴’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친구가 되었습니다.
친구가 되니 ‘폴’의 모습이 더 잘 보였습니다. ‘친구’란 그런거죠?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것 말이죠. 친구가 아니면 보이지 않을 모습이 있습니다. 친구니깐 ‘발견’하게 되는 모습이죠. 요리사 이언도 펭귄 폴에게서 그런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그림책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여러분도 ‘친구’처럼 알게 되고, 느끼게 되고, 함께하게 됩니다.
어떤 일이든지 먼 곳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옆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태도가 달라집니다. 내 친구 ‘폴’의 일이라고 생각되면 지켜주게 됩니다. 마음 다급한 일이 됩니다.
이언에게도 다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친구 ‘폴’ 때문에 말이죠. 잠깐 쉴 수도 없을 만큼 급한 일이 되어 버립니다. 그렇게 마음을 쏟고, 시간과 노력을 쏟고 나면 이언처럼 외치게 될 것입니다. “오! 맙소사!”
‘환경’이란 무엇이고, ‘온난화’란 무엇일까요? 그에 대한 피해는 어떤 것일까요? 연일 뉴스에서 온난화가 문제이며,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어렴풋이 다가올 뿐이고, 그로인해 어떤 행동의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잠깐 떠올렸다가 잊혀져 버리고 말죠. 그런데 그 ‘환경파괴’의 결과로 내 친구가 아파하고, 힘들어 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내 옆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면 말이죠.
가볼 일도 없는 먼 ‘남극’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내 일로 다가오지 않지만, 내 ‘친구’의 일이라고 생각되면 요리사 이언처럼 다급하게 됩니다. 마음과 시간과 노력을 쏟게 됩니다.
‘안녕, 폴!’을 만나면 우리에게 먼 개념인 ‘환경보호’가 친근한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귀찮은 분리수거가 의미 있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작은 일 하나가 우리에게 의미있는 일이 될 때 그림책의 마지막처럼 자연이 가득차 함께 누리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환경 책’과는 다르게, 재미있고 쉽게 다가 갈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또한 ‘환경’ 이야기 뿐 아니라 ‘친구사이’에 대해서도, ‘도움’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두루두루 함께 나눠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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