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우리는 치유될 수 있을까?

우리는 치유될 수 있을까?

 

o 서평대상 서지사항

할머니의 강 / 서분숙 글. 이지은 그림. 나한기획. 2013

ISBN 978-89-9837-200-2

o 분야 : 그림책

o 추천대상 : 초등 저학년부터

 

 

이가영 (평택시 팽성도서관)

 

 

2014년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큰 상처를 준 한 해 였다. 세월호 사고, 윤일병 사건, 땅콩회항 사건 등등 일 년에 한 번만 일어나도 큰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난 2014. 이 사건들이 끝난 이후 해결법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갔지만, 공론화 된 그런 이야기들이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누구하나 제대로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 서평을 쓰고 있는 나 또한 이렇게 큰 사건들이 제대로 마무리 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현실에 대해서 해결방법을 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 답에 조금은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할머니의 강은 치유가 필수가 되어버린 우리 시대에 권장할 만한 책이다. 책에서는 내성천의 변화한 모습을 통해 할머니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내성천의 쓸려나간 모래톱, 한순간에 잘려나간 이백년된 왕버드나무, 끊어진 다리... 이 책의 주인공인 할머니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보아 오던 내성천의 모습과 현저하게 달라진 현재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도와 효율성만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을 손녀 바들이의 눈을 통해 슬픔을 전하고 있다.

강을 넓히기 위해 잘려진 2백년 동안 성장한 왕버드나무, 내성천에 세워지는 커다란 콘크리트 구조물이 슬프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강의 아픔이 할머니의 아픔뿐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렸을 때 강에서 놀았던 기억, 강가에 심어진 큰 나무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던 기억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높은 자살율, 낮은 삶의 만족도는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발전만 진정한 발전으로 여기는 의식이 팽배한 우리나라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강에서 말하고 있는 해결책은 아주 간결하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위한 속도와 효율을 추구하기보다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강물이 천천히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 조금 덜 풍요롭고, 조금 더 불편하더라도 수시로 옆사람 얼굴도 한 번 바라보고, 뒤에서 오는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는, 그런 여유로운 삶의 방식이 필요해 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