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아요
정 은 영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 유타 바우어 글, 그림, 유혜자 옮김. - 북극곰. 2012
작년부터 서평을 쓸까 말까 만지작거린 책이 있습니다. 그림과 글 모두, 이야기꺼리가 너무 많아서 엄두가 나지 않던 책입니다. 바로 『숲 속 작은 집 창가에』입니다. 제목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동요가 있으실 겁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그 동요가 모티브가 된 책입니다. 우리가 아는 동요는 “숲속 작은 집 창가에 작은 아이가 섰는데, 토끼 한마리가 뛰어와 문 두드리며 하는 말,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포수가 나를 빵! 쏘려고 해요.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라는 노래죠. 작은 사냥물일 뿐이 작은 토끼에 대한 연민만이 담긴 그림책이라면 그리 특별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책의 매력은 책 전반부 작은 집이 있는 풍경 그림에 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는 ‘작은 아이’는 ‘노루’가 되었습니다. 이 노루는 참 지혜롭고 마음이 풍요로운 노루인 것 같습니다. ‘작은 토끼’가 사냥꾼을 피해서 노루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노루는 ‘손을 잡자’고 하죠.
그 다음 장면에는 똑같이 사냥꾼에 쫓기는 ‘작은 여우’가 찾아옵니다. 넉넉한 노루는 여우도 받아들이죠. 그러나 그 집에 먼저 들어와 있던 ‘작은 토끼’는 이불 속에 숨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 밖에서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던 여우는 작은 토끼를 보자 매서운 눈을 내뿜지만 ‘노루’는 토끼의 손을 내 줍니다. 그렇게 셋은 ‘손을 잡’습니다.
그렇게 손을 맞잡은 셋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젠 더 이상 찾아올 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사냥꾼 아저씨가 뛰어옵니다. 사냥물인 토끼와 여우가 이 집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을 까요? 사냥꾼 아저씨의 노크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라고 벌벌 떨었지만 막상 사냥꾼 아저씨가 외치는 말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아요!“였습니다.
이런! 포획자 사냥꾼이, 먹이사슬의 최고봉인 사냥꾼 아저씨가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집주인 노루는 어떻게 했을까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입장’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여우와 사냥꾼 사이에서의 여우의 입장, 여우와 토끼 사이에서의 여우의 입장.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사냥꾼 아저씨와 토끼가 손을 맞잡고, 여우가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해’와 ‘평화’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될 때 우리에게 ‘평화’가 깃들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더불어 사냥꾼 아저씨가 살아가는 방법은 동물을 사냥하는 일 뿐 일 것 같았는데, 사냥물인 바로 그 대상과 손을 잡았을 때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것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 맨 뒤에 악보도 함께 수록되어 있으니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노래를 불러 봐도 좋습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기면서 보는 것도 참 좋습니다. 아이에게 손을 맞잡는 의미에 대해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손을 잡고 즐거워하는 것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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