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우산을 타고......
화성시립 삼괴도서관 시사 홍 미 정
『빨간우산의 세상 여행』 / 잉그리드 슈베르트 & 디터 슈베르트 글∙그림 / 걸음동무 / 2013
어느 날 강아지 한 마리가 숲 속 나무 틈새에서 ‘빨간우산’ 하나를 발견한다.
한 발 늦은 듯한 고양이 한 마리가 이 광경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때 어디선가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와 우산을 붙잡고 있던 강아지를 하늘로 두둥실 떠올려 보낸다. 고양이는 저 아래 지면에서 부러운 듯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빨간우산의 세상 여행』이라는 그림책의 도입부에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그림책 조금 수상하다. 살펴보니 글자가 한 개도 없다. 글자가 없는데도 신기하게 난 이야기를 술술 잘도 풀어낸다. 이유가 뭘까?
역시나 이유가 있었다. 작가 소개란을 살펴보니, 저자 잉그리드 슈베르트와 디터 슈베르트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들로 손꼽힌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뿐만이 아니다. 이들의 책이 20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고, 이들의 원화가 전 세계에 전시되었다고 하니 명성만으로도 이들의 그림책이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고 있는지 그 역량을 짐작할 수 있다.
내친 김에 글자 없는 동화 속 여행을 더 해보자. 뒷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하늘로 올라간 검은 강아지는 구름 위를 걷고 있다. “오~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야!”라며 중얼거리는 듯하다. 구름 속을 벗어나니 눈앞에는 광활한 초원이 펼쳐져 있다. 우산이 낙하산 역할을 하여 무사히 땅에 착지했건만 악어 떼들이 강아지를 노린다. 코가 긴 코끼리 아저씨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 탈출! 강아지는 다시 세상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이곳은 어디? 앗 바다다! 강아지는 우산의 도움을 받아 파도타기도 해보고, 물 속 다양한 생물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정말 신나고 아찔한 모험이다. 밀림에서 타잔 줄타기도 해보고, 북극에서 썰매도 타보고...... 어느 덧 시간은 흘러 밤이 되었고 우산은 기나긴 모험으로 체력이 방전된 강아지를 무사히 집으로 안내한다. 여흥을 안고 신나게 집으로 향하는 강아지...... 그리고 이때, 어디선가 슬며시 나타나 ‘빨간우산’을 호기롭게 집어 드는 고양이......
이야기의 끝은 여기까지이다. 아마도 슈베르트 부부의 다음 그림책 주인공은 고양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글자 없는 그림책으로 유명한 작가 데이비드 위즈너는 그림책의 가치를 ‘상상력 자극’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자신이 만든 책이지만 독자에 따라 달리 읽히고 창작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말처럼 글자 없는 그림책의 매력이란 이런 것일까? 『빨간우산의 세상 여행』을 읽으면서 나의 영혼은 더없이 즐거웠고 자유로웠다. 왜냐하면 내 마음대로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바탕에는 기본 스토리 구성과 그림의 전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제일 친근한 동물인 강아지, 그리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산을 매개체로 하룻밤 꿈같은 여행을 연출하였다. 아마 독자들이 큰 거부감 없이 그림책 속 ‘빨간우산’ 위에 덥석 자신의 몸을 싣기를 바랐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바탕 멋진 모험을 즐기고 싶은가? ‘빨간우산’ 만 준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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