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오빠 개구리가 있었습니다.
꿈에서 맛본 똥파리 / 백희나 글, 그림. - 책읽는곰. 2014
정 은 영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
언니, 오빠, 나, 동생. 우리 집은 4형제였습니다. “둘 만 낳아 잘 기르자”란 시절에 많은 축에 드는 형제였죠. 친구 형제들도 보통 둘, 많아봤자 세 명이였으니깐요.
우리 언니는 말 그대로 ‘큰 언니’였습니다. 전통적인 맏딸의 모습이였죠. 항상 엄마 편에 있었고, 엄마와 별의 별 이야기를 다 나누고, 동생들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줬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지, 중학교 1학년 때였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시내 한 복판의 유명한 경양식집에서 독일식(?) 함박스테이크도 사줬죠. 가운데 낀 나는 그런 언니에게는 한 없이 어린 동생으로 지냈고, 막내 동생에게는 또 이것저것 챙겨주는 ‘작은언니’로서 지내야 했죠.
그림책 시장에서 독창적인 색깔을 쌓아가고 있는 백희나 작가의 새 책 『꿈에서 맛본 똥파리』를 읽다보니 언제나 헌신적이면서도 유쾌했던 ‘우리, 큰 언니’가 생각납니다. 엄마도, 아빠도 아니면서 아래로 줄줄이 있는 3명의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이 우리 언니에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지워주지 않았던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을 혼자 짊어지면서 그 책임감이 무거운 줄도 모르고 즐겁고 유쾌하게 보낸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 동생들은 모르는 어려움과 심리적 부담감이 있었겠지요. ‘큰 오빠 개구리’가 동생 올챙이들의 숫자만큼 파리를 잡고는 혀를 있는 대로 빼고 지쳐있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그러나 이 책 『꿈에서 맛 본 똥파리』처럼 우리 큰 언니만의 세상에서 또 다른 놀랍고, 신기한 맛을 봤을 수도 모를 일 입니다. ‘큰 오빠 개구리’가 “자, 나를 따르라!”라고 외치면 “형아, 같이 가!”, “오빠, 최고!”를 외치며 줄줄이 따라가는 동생들 앞에서 앞장서서 나가는 리더의 뿌뜻한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 낳기 좋은 세상 만들기’라는 모토에 맞지 않게 출생과 육아가 너무 큰 부담이 되는 이 시기에 셋 이상의 형제가 있는 가정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첫째, 맏딸, 맏아들에 대한 심리적 무게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요즘 부모들은 첫째가 받을 심리적 압박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본의 아니게 첫째에게 지워지는 무게가 있죠. 그렇지만 그 무게는 어렵고, 힘든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일찍’ 태어나고, 자란 것에 대한 책임감이 주는 묘한 ‘행복감’도 함께 곁들어 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년 4월이면 첫째. 바로 ‘오빠’가 될 우리 아이의 심리가 걱정도 되었지만 ‘큰 오빠 개구리’와 같은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본인이 사랑할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 본인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의 놀라움을 알게 되겠지요.
더불어 지금은 병상에 있는 ‘큰 언니’에게 늘 미안 마음이 컸는데, 미안한 마음은 고마움으로 대체하고, 이번 주말 이 그림책을 가져가서 언니만이 가지고 있었을 그 ‘놀랍고, 신기한 맛’과 행복감을 함께 공유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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