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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우정과 믿음이 깨진다면...

우정과 믿음이 깨진다면

안성시립도서관 사서 이지연

 

 

사자와 세마리 물소 / 몽세프 두이브, 메 앙젤리, 성미경. - 분홍고래 2014

 

사랑, 우정, 믿음 등 가치를 영원히 지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또 나의 이익을 위해 남을 짓밟는 일이 얼마나 쉽게 일어나는가? 아랍의 우화에서 탄생한 <사자와 세 마리 물소>는 영원할 것 같은 세 마리 물소의 우정이 한 마리 사자에 의해 와해되고, 결국 소들은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사회 참여 예술가 몽세프 두이브의 첫 그림책이며, 프랑스 작가 메 앙젤 리가 그림을 그렸다. 노란소, 검은소, 흰소 세 마리 물소의 색만으로 판화 형식의 삽화를 그렸는데 초원의 이미지를 아주 강렬하면서 선명하게 표현하였다.

 

주인공 세 마리 물소는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그런데 초원의 굶주린 사자가 셋을 한꺼번에 제압하기 어려워 비열한 간계를 써 셋의 우정과 믿음을 깨뜨린다. 첫 번째로 하얀 소가 너무 눈에 띄어 적에게 보이기 쉬우니 하얀 소를 멀리하라고 한다. 검은 소와 누런 소는 하얀 소에게 진흙을 묻히지만 진흙이 비에 다 씻겨 간다. 사자가 등장하자, 검은 소와 누런 소는 하얀 소에게서 등을 놀린다. 두 번째로 검은 소에게 다가가 동물들이 누런 소는 칭찬이 자자하고 검은 소를 싫어한다는 얘기를 전해준다. 둘의 사이는 금이 가고, 각각 사자에게 잡아먹힌다.

 

이 우화는 친구들 사이에서, 가족 관계에서, 직장 동료 사이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나보다 나은 형제, 친구, 동료를 질투하여 멀리 하지 않았는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돕지 않고 나만 생각하지 않았는지, 용기를 낼 볼 시도조차 없이 지레 겁을 먹고 포기 하지 않았는지 등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학업, 입시, 취업 경쟁을 거쳐 왔지만 아직도 내몰리는 청년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 답답함을 느낀다. 이 그림책을 통해 경쟁 보다는 서로를 믿고,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는 용기와 신념 그리고 우정과 정직함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많은 아이들이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나는 도서관에 숨겨진 좋은 그림책을 골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