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털실을 감지 마세요”
서명 : 고슴도치 엑스
저자 : 노인경 글·그림
출판사 : 문학동네
분야 : 그림책
대상 : 4세 이상 유아 및 부모
민지은(하남시립도서관)
노인경 작가의 그림책을 읽다보면 아이들보다도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이번 신작 「고슴도치 엑스」도 마찬가지다.
책 표지에는 뾰족한 붉은 가시를 가진 고슴도치 한 마리가 높이 앉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이 고슴도치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한 장을 더 넘기면 평화로운 숲속 한 가운데 놓인 커다란 분홍색 털실뭉치가 보인다. 이 커다란 털실뭉치가 고슴도치들이 사는 세계 ‘올’이다. 이 곳에 사는 고슴도치들은 자신들이 정한 규칙에 따라 뾰족한 가시같은 위험요소들을 모두 통제하고 감시하며 살아간다. 작가는 이 세계를 무채색에 가까운 어두운 분홍빛으로 표현하고, 주인공 고슴도치의 뾰족한 가시와 선인장 가시는 붉은색과 초록색의 선명한 색채로 표현하여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주인공의 거침없이 자유로운 행동은 도시 곳곳에 배치된 안내문, 규칙들,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보이는 고슴도치들과도 극명히 대비된다.
한편, 주인공은 도서관에서 발견한 금서 속 고슴도치의 이야기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아, 제 본성을 찾기로 결심하고 가시를 단련한다. 그리고 제 가시를 다른 고슴도치들처럼 부드럽게 만들려는 도시안전요원을 피해 올올이 싸인 세계 ‘올’의 견고한 벽을 뚫고 나와 외친다. “요호! 나는 고슴도치야.”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왜 고슴도치이고, 왜 엑스인가?
‘올’의 세계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실 세계의 반영이다. 현실 세계에서도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모난 것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것이 고슴도치를 고슴도치이게 하고, 우리의 본성이고, 자아라 해도 말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가시를 가진 고슴도치다. 본성 자체의 발현이 사회 시스템 존립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것. 통제받아야 하는 대상이지만, 역으로 그것이 자아성장의 본질이 되고, 사회는 그를 저해하는 부정적인 대상이 된다.
엑스는 특정한 대상이 아닌 미지수이며,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엑스는 어린이들, 더 나아가 인간 그 자체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무시한 채 정해진 기준에 맞춰 많은 것을 강요하고 있진 않은가? 그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여지도 주지 않은 채 적당히 사회가 바라는 어린이들로 만들고 있진 않은가? 어른들도 이 세상이 숨 막힐 때가 있다. 이 세상이 털실뭉치로 이루어진 세상이라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 풀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내 가시는 이미 오래 전에 없어져 버린 것 같아 서글플 때도 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은 어른들은 작가의 마지막 말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자기를 알아 가고 찾아 가고 격려할 시간을 주었으면 한다.
“아이들에게 털실을 감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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