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길들이기는 너무 어려워
정영춘 (부천원미도서관 사서)
말을 삼킨 아이 권요원 글 김현영 그림 : 스푼북, 2014.
ISBN : 9791156550020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아이 가온이. 가온이는 두 개의 일기장을 갖고 다닌다.
하나는 검사용, 또 하나는 비밀 일기장이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말이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비밀 일기장에 친구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매우 솔직하게 적는다. 그러던 어느날 실수로 비밀 일기장을 잃어버리고 설상가상으로 그 일기장은 친구들 손에 들어가고 만다.
거기에 적힌 사건과 인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임을 알게 된 아이들은 술렁인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나 은연중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아이들과 아슬아슬한 하루를 보낸다.
비밀 일기장 없이 버티던 가온이는 한순간에 감정이 폭발하고 결국 거침없이 말을 쏟아내고 만다. 사건이 있은 후 거짓말처럼 친구가 사라지고 나쁜 말이 원인이라고 생각한 가온이는
다시 말을 찾아오기 위해 타임조커와 함께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말을 삼킨’의 의미를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하고 싶을 때 말을 못하면 얼마나 답답할까에 생각이 미쳤다.
알고 보니 말의 중요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말은 조심해서 사용하고 상대가 이해하게끔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주제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책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가 없다고 했던가. 가온이의 실수는 독자 누구도 피해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상처주는 말, 비밀을 지켜주지 못한 말, 험담하는 말, 날이 선 말, 무거운 말들이 넘친다.
어렸을 적 경험을 돌이켜봐도 말로 인한 상처는 꽤 오래갔다.
그런 날이면 말은 어디로 흘러갈까 오래도록 생각하기도 했었다.
저자도 같은 생각을 했던걸까. 우리가 뱉어낸 말들이 또 다른 세계에 갇혀있다고 상상해보니 뜨끔해진다.
우리 몸에서 태어난 온갖 말들을 쫓는 여행은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하다.
말사냥꾼, 타로, 지하감옥, 시간도둑 같은 모험적 요소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내내 다음 이야기를 고대하게 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등 말에 얽힌 속담은 너무도 많다.
말 때문에 혼쭐나는 어른들을 많이 본다. 용서를 빌어도 회복이 안되는 대부분의 경우는 사소한 말실수에서 시작되기 일쑤다.
곱디고운 어린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도 마냥 곱지만은 않다.
자신이 한 말의 무거움과 책임감을 알 수 있도록 어린이들이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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