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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높이 더 높이

높이 더 높이


이지연 (안성시립도서관)



높이 더 높이 / 제르마노 쥘로 (글) | 알베르틴 (그림) | 조정훈 (옮긴이) | 키즈엠 ,2011 

ISBN : 9788967490416

분야 : 그림책

추천대상 :  초등 저학년



<높이 더 높이>는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스위스 작가 제르마노 쥘로의 첫 번째 그림책이다. <높이 더 높이>는 부자인 벼락 씨와 차곡 씨가 경쟁하듯 집을 짓다가 과한 욕심으로 허술하게 지어올린 벼락씨의 집은 결국 무너져버리고 차곡씨의 집은 견고하게 건물을 완성한다. 하지만 차곡씨는 높이 쌓아 올린 건물 속에 갇혀 배달음식도 먹지 못한 신세가 된다는 이야기다. 회계사로 일한 제르마노 쥘로는 다양한 부자들을 만나 그들의 삶의 행태를 목격하고 많은 조소를 날린 사람 같다.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벼락씨가 집을 짓는 모습을 왼쪽 페이지에, 차곡차곡 돈을 모아 집을 짓는 차곡씨의 모습을 오른쪽 페이지에 서로 비교해가며 익살스럽게 재미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가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지는 않는다. 건물의 견고함보다는 외관의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을 과시하려는 벼락씨는 차곡씨보다 빨리 집을 완성해간다. 그에 반해 차곡씨는 능력 있는 사람들을 불러다 천천히 그리고 아주 견고하게 집을 짓는다. 그리하여 결국, 벼락씨의 집은 무너졌지만 차곡씨의 집은 아주 튼튼하다. 작가는 차곡씨와 벼락씨의 집을 짓는 행태를 비교해서 이 시대 허세 가득한 벼락부자들을 풍자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지만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 반전이 있다. 차곡씨도 자신이 높이 지은 집에 갇혀 배달음식 피자를 먹지 못하고, 돼지에게 빼앗겨 버린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연출하게 된다. 차곡씨나 벼락씨나 높이 더 높이 집을 지어 멋진 집이 완성되어 모든 이의 부러움을 살 거라 예상하지만, 그림책을 읽는 내내 독자는 차곡씨와 벼락씨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어린이에게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어른과 함께 보면 참 좋은 그림책이다. 그림책 속에 다양한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집어넣어 생각놀이하기에 어울리는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대부분 서울의 높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많이 부러워 하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그렇게 부럽지 않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걸 알게 된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아파트의 한 모서리를 차지하며 지내는 현대 사람들은 <높이 더 높이> 책 속의 차곡씨이면서 벼락씨이다. 한번뿐인 인생에서 우리가 소중하게 이루어내야 하고 완성해 가야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만드는 책! <높이 더 높이>를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