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슬펐겠다. 응 이젠 괜찮아
유옥환 (안양시 석수도서관)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어느 날 아침 / 이진희 글 그림. 글로연. 2012.
o ISBN
9788992704427
o 분야
그림책
o 추천대상
유아, 초등 저학년
5월의 싱그러운 어느 날, 지인과 함께 산으로 향하는 숲길을 산책하게 되었습니다. 지인은 동화구연가입니다. 어느 순간 그녀는 ‘어느 날 아침’에 대한 찬사를 쏟아놓기 시작합니다. 놓칠세라 메모를 해두었다가 잊지 않고 찾아 읽었지요. ‘아~ 참 좋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파스텔 색조의 잔잔한 그림과 절제된 언어, 읽는 이를 배려한 문자 배열의 고유함, 그림과 글, 사유가 잘 어우러집니다.
숲 속 유리집에 살고 있던 사슴은 어느날 아침 뿔 하나가 없어진 것을 알고 슬픔에 빠졌습니다. 며칠 후 뿔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섰지요. 용기가 있는 도전을 축하하고 격려하듯 길가의 야생화를 연상케 하는 꽃길이 인상적입니다. 길에서 만난 개미핥기, 쥐토끼 가족은 자신의 상실 경험을 고백하면서 사슴에게 용기를 줍니다. 용기를 얻은 사슴은 반쪽을 잃어버리고 울고 있는 달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길 위에서 많은 친구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잃어버린 사슴의 뿔을 찾을 수는 없었지요. 결국, 나머지 뿔 한쪽도 없어지지만, 그저 덤덤히 받아들인 사슴은 집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거울 속에는 아름다운 사슴이 있습니다.
매년 4~5월이면 사슴의 뿔은 새로 솟아납니다. 달은 다시 차오릅니다. 이처럼 당연한 자연의 섭리에 빗대어 작가는 긍정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상실의 아픔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 아픈 마음이야 무엇으로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충분히 아파한 다음에는 훌훌 털고 일어나야 합니다. 우리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어서 일어설 수 있도록 아낌없는 배려와 격려를 해야 할 것입니다. 때로는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내가 힘이 되어줄 때도 있지요. 작가는 다가올 미래를 긍정하고 확신하며 따뜻함을 나눈다면 좀 더 행복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임을 이 그림책을 통해 보여줍니다.
아카시아 향이 가득한 5월, 따뜻한 5월의 사슴을 사랑한다는 작가 이진희는 자신의 힘들었던 시기를 사슴에 빗대어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작은 위로가 되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상실감에 젖어있는 이들에게는 위로를 줄 뿐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 함양에 도움이 되는 따뜻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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