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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나도 너의 마음을 알아

나도 너의 마음을 알아

 

수원시 선경도서관 사서 손샛별

 

 

어느날 아침 / 이진희 글·그림.  - 글로연, 2012

 

어느날 아침, 뿔 하나가 사라진 사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사슴은 며칠을 울다가 기운을 차려 뿔을 찾아 나서지만 갸우뚱 갸우뚱 쉽지 않은 여행이다.

 

개미핥기에게 나뭇가지 뿔을 선물 받기도 하고, 쥐토끼를 만나 구해주기도 하고, 많은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만 결국 뿔을 찾지 못하고 심지어 남은 뿔마저 떨어지려 하는데...

 

문득, 나에게도 그런 적이 있었지..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깊은 상심에 며칠을 울다가 누군가의 위로와 새로운 희망에 기운 차렸던 기억이 떠올라 동화 속 하얀 사슴을 꼬옥 껴안아주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달이 차고 기우는 것, 뿔이 떨어지고 새 뿔이 나는 것, 상실의 마음을 희망으로 채우는 것 이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결국 긍정의 이름으로 귀결될 거라는 것을 이 그림책에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많은 친구들을 만나 위로를 받으며, 저도 모르게 사슴의 마음은 쑥 자라나 어느새 누군가를 위로하는 씩씩한 모습도 보여준다.

나도 너의 마음을 알아라며, 함께 눈물을 흘리며 슬퍼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사슴 자신에게도 커다란 위로가 될 거라는 걸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이제 남은 뿔 하나마저 떨어지지만 사슴은 예전의 그 사슴이 아닌 듯, 태연히 집으로 걸어온다.

사슴의 발걸음이, 나뭇가지를 배낭에 맨 뒷모습이 처음 뿔을 찾아 떠나던 그때처럼 슬퍼 보이기보단 오히려 반짝 빛나 보였던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환상 속인 듯, 안개 속인 듯, 은은하고 차분한 그림은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글씨는 많지 않지만 긴 호흡으로 읽었을 때 그림이 더 긴 여운으로 다가와 작가의 세심한 정성이 돋보인다.

 

책 제목 그대로, 어느날 아침, 예상하지 못한 하얀 사슴의 따스한 위로에 나도 모르게 씩씩해지는 이 그림책을 보며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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