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마음이 들리나요
정영춘(부천북부도서관 사서)
빨간입술 귀이개 / 최선영 글 . 김선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대상 : 초등학생
만약 다른이의 생각이 내 귀에 솔솔 들리기 시작한다면.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잠시나마 즐거운 세계로 빠질 준비를 하시라.
어느 날 우연히 얻게 된 빨간입술 모양의 귀이개 덕분에 친구들의 속마음을 엿듣게 된 아이가 있다.
자기네들끼리 무언가를 소곤거리다 다가서면 뚝 멈춰 화를 돋게 만드는 친구,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망신을 톡톡히 주는 얄밉기만 했던 아이, 애써 준비한 생일 카드를 종이비행기로 날려버리는 말썽꾸러기들의 생각이 모두 들리기 시작했다.
요술 귀이개 덕분에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 주인공과 심중을 들키고 당황스러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비되며 흥미롭게 전개된다.
친구들 마음은 주인공이 상상했던 것과 번번히 달라 웃음이 나오는데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내가 이랬으니 아마도 저 아이는 저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너랑 안놀아 흥 ” 하고 있는데 들려오는 친구의 속내는 “미안해. 너 속상하겠구나 ” 하는 반전들.
자신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여지없이 깨어지는데서 오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오래 미워하지 않고 금세 마음을 돌릴 줄 아는 어여쁜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또한 장난과 다툼이 계속되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계속해서 관심을 보여준다. 그래서 요술 귀이개 없이도 친구들의 진정한 속내를 알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노력을 점차 응원하게 된다.
빨간입술 귀이개 이야기가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나의 최근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은데 지금 생각하면 생뚱맞지만 딴에는 꽤 간절하게 원하는게 있었던 탓이다.
저이의 마음이 알고 싶은데 도통 모르겠어서 혹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이와 화해하고 싶어서. 그래 그네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비법이라도 생기게 해달라고 원했던 시간들의 기억.
또래와의 관계 맺기가 소중해지는 시기에 한번쯤 생각해봤음직한 이야기의 소재가 신선하다. 책을 읽고 난 후 서로 눈높이를 맞춰 이야기를 나눠보길 권한다.
이를테면 “귀이개의 배반으로 더 이상 친구들의 마음을 알 수 없을 때” “친한 친구인줄 알았는데 귀이개가 아니라고 알려줄 때 ” “친구 마음을 다 아는 것. 좋은걸까? 아닐까” 등 주제를 정해놓고 독후활동을 해본다면 재밌겠다.
요술을 부리는 빨간입술 귀이개라는 환상적 소재와 친구의 마음에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교훈적 요소가 고루 드러나 있는 책이다.
친구와의 관계 만들기에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과 배려심에 대해 알고 싶은 초등학교 저학년이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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