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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이별과 고통은 어떻게 받아들이지?

이별과 고통은 어떻게 받아들이지?”

 

군포시중앙도서관 사서 이시영

 

나의 형 이야기 / 모리스 샌닥(Maurice Bernard Sendak), 서남희 역.  - 시공주니어.  2013.

 

어린이들에게는 언제나 꿈과 희망의 긍정적인 메시지만 전달해야 될까?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절망적인 상황과 고통스러운 위기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웅담도 아니고 해피엔딩도 아니다. 작가의 경험과 생각이 모든 창작의 근간이 되듯, 모리스 샌닥이 먼저 세상을 뜬 형을 그리며 마지막 유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작가는 20125월에 세상을 떠났는데 일년 후 20135월 이 책나의 형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이책의 원고를 고쳤으며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이다.

 

모리스 샌닥은 어린이의 시각에서 기쁨과 슬픔과 상처를 동화로 만들어내는 작가이며 <서커스 소녀>,<아주아주 특별한 집>,<범블아디의 생일파티>,<괴물들이 사는 나라>,<깊은밤 부엌에서>,<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서>등을 발표하여 칼데콧 상, 안데르센 상, 로라 잉걸스 와일더 상, 미국의 국가 예술상을 받은 세계적으로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면수 31쪽의 얇은 책이다. 겉보기에 부담없어 보이는 이 책은 첫장을 넘기면 몽환적인 삽화와 함께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기본적인 집필 배경을 알고 읽어야 다음장 넘기기가 순조롭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작가는 병약한 어린시절의 유일한 친구이자 형제인 형에 대한 사랑이 매우 컸다. 그래서 형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과 상처, 절망과 고통 역시 그에 비례할 만큼의 무게 였으리라.

 

시작은 지구가 처음 생긴 태초의 이야기로 화려한 빛의 새별이 돋아난후 눈부신 빛살이 지구를 두동강 내어 얼음 대륙위에 던져져 몸이 꽁꽁 얼어붙는잭을 표현하며 형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암시한다.

그리고 가이는 가파른 공중을 빙빙돌다 보헤미아 땅위로 떨어지는데 그곳은 곰의 동굴이다. 곰은 가이를 짓눌려 숨통를 끊으려하고 잡아먹으려 한다. 가이는 곰에게 수수께끼 맞추면 자기의 목숨을 주겠다 제안한다.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한 곰은 벌컥 화를 내고 험악한 발로 자신을 찢어 큰곰자리로 돌아간다. 가이가 곰을 이긴 것이다. 곰의 몸속에 들어가 비밀스런 봄까지의 긴시간을 보낸 가이는 잭이 산것인지 죽은것지를 마법의 주문처럼 벚나무에게 묻는다. 가이는 얼음의 지하세계가 새로운 태양을 맞아 금빛이 되고 해묵은 먹구름이 사라진 꽃 침대로 내려온다. 그 신비로운 꽃들속에 깊이 숨겨진 잭을 찾아낸다. 진짜 형인지 알아보기 위해 코를 꽉 깨물자 잭은 훅 숨을 쉰다. “희망 한줌 없는, 바로 지금 살아났구나잭은 동생의 팔에 안겨 편안하게 잠든다. 가이는 형을 안고 잘자 우린 꿈속에서 보게 될거야라고 속삭인다.

 

이별과 고통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그대로 놓아주고, 그대로 받아주며, 그대로 보내 주어야한다. 내 안의 상처로 남거나 순리를 거슬러 붙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포와 고난을 이기고 잭을 찾아 얼음대륙의 지하세계까지 내려간 가이는 잭을 품에 안아 사랑을 담은 이별을 고한다. 잭을 편안하게 안아 재우는 가이를 통해 죽음과 이별을 자연스럽게 보내주는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세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가 떠오른다는 머리말은 문학전공의 어른들만 읽어야 되는 책이 아닌지 심각해지기까지 하다. 심지어 마더구스 이야기가 아닌지도 의심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죽음은 곧 편안함 잠이라고 전해주는 마지막 장에서는 불안했던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결국 이책은 연령층을 막론한 누구나가 읽어도 좋다. 특히 가족의 죽음이나 어려움에 직면한 아이들에게 독서치료용 도서로 권한다.

 

 

이제 잭은 동생의 팔에 안겨/ 편안하게 잠들었어요./ 가이는 속삭였어요, "잘 자, 우린 꿈속에서 보게 될 거야." _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