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로 만든 일상의 아름다움, 조각보
이수경(평택시립도서관 사서)
책보 / 이춘희 글. 김동성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2013)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 국시꼬랭이 동네 19
「똥벼락」의 이춘희가 쓰고 「엄마마중」의 김동성 이 그림을 그린 「책보」는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잡 는다. 여자아이는 막 조각보로 만든 책보를 허리에 묶 으려 하고 있다. 속표지에 봄날 아침의 농촌 전경이 초록빛으로 펼쳐진다. 벌써 논일을 하거나 밭으로 나가는 사람들로 동네 어귀는 복닥댄다. 표지에 나온 아이의 이름은 옥이다. 옥이는 아침부터 골이 잔뜩 나 있다. 친구 다희가 책가방을 자랑하는데 엄마는 가을걷이가 끝나야만 사줄 수 있단다. 골이 난 옥이는 가방을 자랑하는 다희에게 예쁘다는 말조차 건넬 수 없다. 가방을 만져보지도 못하게 하는 다희와 옥이는 머리끄댕이를 붙잡고 싸운다. 화가 나 연필로 보자기를 박박 긋다 할머니 노래가 생각난다.
“보자기 우리 보자기/ 쌀을 싸면 쌀보자기/ 떡을 싸면 떡보자기/ 돈을 싸면 돈보자기. (중략) 조각조각 모여 조각보 되고/한 땀 한 땀 모여 책보 되지/ 복아 복아 오너라/ 이 책보에 오너라.”
할머니가 오랜 시간 모은 예쁜 자투리 천으로 한 땀 한 땀 정성껏 만든 책보를 다시 둘러매고 옥이는 집으로 향한다. 다희와 다시 친해지는 데도 책보가 훌륭한 역할을 한다. 책보를 둘러싸고 둘은 어떤 일이 있었을까? 궁금하면 펼쳐보기!
보자기(조각보)는 서민의 일상부터 궁궐까지 다양한 쓰임새를 가졌다. 자투리를 모아 정성으로 만든 조각보는 정성껏 만든 아름다운 생활 용품이다. 우리 문화의 기원과 원형을 설명해주는 이 책은 부록으로 보자기와 책보의 쓰임새에 대한 설명, 책보 싸기와 책보를 활용한 놀이에 대한 안내를 곁들였다.
무엇보다 이 책은 김동성의 그림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다. 1960년대 우리네 언니같은 옥이의 생김새와 일하는 농촌의 들녘, 저녁 무렵 고요함에 잠겨있는 들녘 풍경, 옥이와 다희가 학교를 오가는 길 가 전경, 둘이 드잡이 하는 장면의 현실감까지 촌스럽고 초췌하지만 정겹고 아름다운 모습을 한 권에 담았다. 자투리 천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면 복이 온다며 작은 천조각 하나도 버리지 않은 옛 사람들의 아름다운 지혜는 김동성의 그림으로 피었다. 그림책 앞표지가 부지런한 농촌의 아침 풍경이 있다면 뒤 속표지는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간 들녘 풍경이 고즈넉이 펼쳐져 있다. 옥이와 다희도 책보와 가방 때문에 소란스러운 하루를 마감하고 숙제를 하고 있지 않을까 절로 생각난다. 별도로 플래시 DVD가 있어 움직이는 그림과 목소리로 책 전체를 감상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책보를 만든 할머니는 또 다른 조각보 그림책「쪽매」(한림출판사, 2013)가 생각난다. 할머니의 어린 시절 바느질을 배웠다면 쪽매같지 않을까 한다. 「쪽매」의 권말에는 주인공이 만든 조각보들을 한데 모아 보여주고 바느질을 위한 옛 물건들의 이름을 설명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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