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내 머리카락 속 즐거운 나라

내 머리카락 속 즐거운 나라

 

수원 선경도서관 사서 이연수

 

 

나는 뽀글머리 / 야마니시 겐이치 글, 그림. 고향옥 역, - 비룡소. 2013

 

코모리는 아기였을 때부터 목욕하는 것도, 머리 깎는 것도 무지무시 싫어한다. 나 또한 어릴 때 머리 깎는 것이 무지무지 싫었다. 외할머니 손에 이끌려 미용실에 가면 울고불고 했던 기억이 난다. 코모리는 머리를 깍지

 

않았을 때 좋은 점을 열거한다. 작은 새가 앉기도하고 겨울엔 크리스마스트리로도 쓰고, 간식을 먹다 던져두었다 배고플 때 꺼내 먹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를 나열한다. 솔직히 여기까지 읽었을 땐 어린이가 아닌 어른 잣대로 보아서였나 엉키고 섥킨 코모리 머리상태에 더럽고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 순간 아니 나도 어른의 눈으로만 그림책을 보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고 나는 어릴 적 머리 깍을 때 어떠했지? 하며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 보았다. 코모리와 달리 내가 머리 깍는 것을 싫어한 이유는 머리를 깎을 때 떨어지는 머리카락에 목덜미가 간지럽고 따까운 느낌과 더불어, 머리 자를 때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야하는 것도 어린 내겐 고역이였다.

머리 자른 후의 내 모습은 더더욱 싫었다. 당시 엄마는 동생을 돌봐야되서인지 여자아이인 내 머리를 이쁘게 묶어주는 것이 힘들어서인지 매번 사내아이들처럼 짧게 깎았기 때문에 길게 머리를 이쁘게 기르던 그 또래 계집애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코모리와는 다른 이유지만 아마도 어렸을 때 머리 깎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많지 않을 것 이다내가 엄마가 되어 내 아이들도 미용실에 머리 깎으러 가 한바탕 소동을 벌이던 것을 생각해보면 세대가 변하여도 어린이들에게 머리 깍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어린이들의 심리를 포착하여 쓴 것이다. 코모리가 머리를 깍지 않아 머리가 너무 커져버려 맞는 모자도 없고, 아침에 혼자 일어나지도 못하고, 도망가다 넘어지기까지 했다. 넘어져 머리가 거꾸로 서버린 코모리는  머릿 속에 처박혔지만 쳐박힌 머릿속에는 쥐들은 코모리의 머리카락을 나라로 만들어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코모리가 버린 간식과 장난감으로 쥐들이 즐거운 생활을 하는 걸 보니 코모리는 더욱 즐거웠다. 머리카락나라에서 쥐들과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보냈다. 어느 날 코모리의 지독한 방귀로 숨이 막힌 쥐들은 코모리의 머리카락을 갉아 코모리를 쫒아내었다. 머리카락이 갉혀져 짧아진 머리로 쫒겨난 코모리는 다시 부모님께 돌아오고 부모님은 짧아진 코모리 머리에 반기고 코모리도 달라진 모습에 만족한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게하고 잠시나마 어릴 적 감정을 되살릴 수 있게 할 것이다.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 경험을 작가가 어린이 눈높이에서 그려낸 것으로도 상상력이 기발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일본 전국의 국제 학교 학생들이 뽑은 벚꽃 메달을 수상한 작품이 되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