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뛰는 운동회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 / 강정연 외 18인 글, 그림. - 사계절출판사. 2012
어른들은 가끔 아이들에게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데...”라고 끝나는 이야기 만을 들려주고 싶어한다. “너무 어려워, 너무 어려, 설명하기 힘든데, 굳이 지금부터…….”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들을 진실과 현실에서 떼어놓곤 한다.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리들의 아이들이 현실과 진실을 읽고 소화시킬 능력이 없을까? 아이들도 우리와 동일하게 현 시대를 살고 있는데, 본인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해 듣고 보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이 책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12년 현재를 이야기 해주고 있다. 그것도 일반적이고 제3자 시각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일로 풀어가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독자인 어린이의 엄마, 아빠, 이모, 할아버지, 오빠……, 등 매일 매일 얼굴을 보고 살고 있는 가족,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비정규직 가족을 두었기 때문에 운동회에서 혼자 뛰어야 했던 유정이와 아빠와 엄마, 이모의 일과 역할이 자랑스럽다가도 불편해지는 마음을 어찌 할 수 없는 우혁이를 통해 비정규직에 대한 이 사회의 굴레와 불공정한 대우가 우리 아이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해주고 있다.
누가 늘 상냥하고, 밝고, 힘찬 숙희씨가 화장실 변기 뚜껑에 앉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걸까? 어떻게 하면 편의점 알바 ‘학생’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까? 어른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이런 큰 문제를 아이들에게 던져줘서 무엇을 어쩌라는 것일까? 얽히고 설킨 사회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 이 책의 취지일 것이다. 나만 잘되면 된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바로 옆을 보면서 살자고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더불어 미래를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이 현실을 바로 보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보려고 한다면 분명이 세상은 바뀔테니깐.
그러나 읽으면서 조금 불편해 지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대립각을 세워서 그렸다는 점이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이 사회를 함께 고민해 가고, 각자 처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열심이고, 비정규직을 억울하게 만드는 사람으로만 그린 것은 ‘만화’라는 장르에서 이야기를 극적이고 쉽게 풀어가기 위한 방편이겠지만 이 책이 이야기 하고 싶은 철학을 부정하는 또 다른 폭력이다.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을 적으로 규정하는 오류에서 벗어나 사회 시스템의 문제점을 부각시켰다면 좀 더 탄탄한 구성이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작은 이야기를 묶은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되었으며, 동화(혹은 만화)와 그 소재를 책의 뒤편에 「동화 속, 동화 밖 세상」이라는 난을 통해 설명함으로 지식정보책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단, 제공되어지는 정보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 등의 객곽적 정보가 아니라 글쓴이의 평가가 들어간 사회학적 의미를 담은 정보라는 점에서 토론 등을 통하여서 평가하는 과정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네 아이들에게 꿈꿀 수 있는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는 것과 동시에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줘야 한다. 그것이 백군 유정이와 함께 하얀 머리띠를 하고 운동회에서 뛰어 노는 엄마, 이모, 할머니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위인전에 익숙한 아이들이 스스로 균형을 잡고 클 수 있도록, 그 균형의 한쪽에 이 책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가 있다.
정은영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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