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문화 > 공부
예전에는 “도서관 = 공부방”이라는 인식이 지배적 이었습니다. 때문에 도서관에는 당연히 칸막이 책상이 설치된 공부방이 있어야 하고, 도서관은 항상 엄숙하고 조용한 공간이어야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시험 기간이 되면 새벽부터 도서관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고, 여전히 도서관은 책 읽고,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는 공간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인식이 예전만 같진 않은 것 같습니다.
경기도가 최근에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00명의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44.5%가 도서관의 중요한 용도로 “공부하는 곳”이 아닌 “문화 공간”을 뽑았습니다. “정보교류 공간”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16.3%나 있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이번호 특집 기사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도서관에 열람실을 만들지 않겠다고 하면 민원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조용한 환경 속에서 자기 공부를 할 수 있는 도서관은 수험생들에게 최고의 공부방입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식사도 해결할 수 있고, 잠시 책이나 영화를 보며 머리를 식힐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조사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자기만의 공부 공간으로서 도서관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복합문화 공간, 정보 활용 공간으로서의 중요성은 훨씬 증가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도서관 공간 활용도 다양하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멀티미디어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이 들어섰고, 지역주민들이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모임 공간, 아이들을 불러 모아 책을 읽어 줄 수 있는 공간, 영화나 공연을 볼 수 있는 무대 공간이 공부방을 대체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전의 도서관 모습이 공부방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복합 문화공간으로서의 이미지가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물론 공부방으로서의 기능이 필요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34%의 많은 사람들은 “공부하는 곳”으로서의 도서관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칸막이에 둘러 싸여 자기 공부만 하는 것 보다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활용하여 다양한 책을 찾아보고 서로 토론하며 답을 찾아가는 방식의 공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개관하는 도서관을 보면 열람실과 자료실을 완전히 구분하지 않고, 책을 볼 수 있는 자료실 안에 열람 좌석을 넉넉히 배치하는 형태로 구성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다변화된 도서관 공간의 변화는 보다 다양하고 풍성하게 도서관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공부방이 줄어들어 아쉽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겠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재미있는 공간들이 도서관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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